원글 : http://gall.dcinside.com/cartoon_s/147200
카툰 단편 갤러리 ㅇㅇ 님이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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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안 올린 그림이 별로 없길래 지금 작업중이던 그림 잘라서 올려요.)
어그로글 죄송합니다.
오늘 지하철에서 사무실 나오면서 카단갤 쭉 읽다가 답답해서 한참 글 쓰다가,
'아 너무 열폭하지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글을 쓰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게임 원화의 경우 그 폭이 워낙 넓긴 하지만 대개 초봉은 1600부터 2000 사이 정도 받을 거예요.
적어보이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프로그래머가 대개 1800~2500 정도를 초봉으로 받습니다.
(현직 프로그래머랑 같이 일하고 있기에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있는 정보입니다.) - 대학이나 출신, 실력 등등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그럼 이제 다른 일을 하는 전문직종으로 가보도록 하죠. 회계사는 아마 3000 이상으로 초봉 찍고 시작할 겁니다.
(CPA, 그러니까 공인 회계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고시에 준한다는 시험을 보고 합격해서야 3천을 넘는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이공계열에서 4년제 대학에 스펙 다 갖추고 받는 연봉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 대기업에 들어가야 3천 정도 할 겁니다. 보통 2500 정도 할 거예요.(인서울계 수준)
중소기업은 2000~2500 정도 하겠죠.
그럼 간호사들은 어떨까요? 아마 간호사들도 2500 정도 될 거고 간호 조무사가 1600~2200 정도 될 겁니다.
그럼 이렇게 '전문직 종사자'들의 연봉을 대강 알아봤습니다. 이 이야길 왜 했을까요?
저희 사회는 '자본주의 기반 자유시장경제체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모든 능력과 가치는 자본, 즉 돈으로 환산되어 평가됩니다.
그럼 연봉 2000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이냐? 프로그래머나 간호조무사가 그 정도로 그 능력이 희소하고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간호 조무사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고 프로그래머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을까요?
프로그래머는 대개 4년제 컴공과 출신이 많습니다.(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전자공이나 기타등등도 많고 학원 출신도 많습니다.)
간호 조무사는 전문대 출신이나 학원 출신이 많군요.
그럼 프로그래머처럼 4년이나 공부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냥 단순히 돈만 생각하면 간호 조무사가 프로그래머보다 좋군요?
하지만 간호 조무사가 연봉을 앞으로 높여봐야 얼마나 높이겠습니까?
절대로 3000을 넘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랑 원화가는 할 수 있죠.
이 말은 잠재적 가치평가에서 간호 조무사보다 원화가와 프로그래머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어그로를 끄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실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최소한 원화가는 간호 조무사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네요.
간호 조무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원이랑 학교가 있습니다. 근데 뭐가 됐든 최소 1년 정도는 걸립니다.
(공부 및 실습 포함) - 죄송합니다. 아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학교는 정식 간호사고 조무사는 학원이나 기타 전문 교육기관에서 가르친답니다.
호오, 그럼 원화가는 1년은 공부를 해야 조무사랑 똑같은 연봉을 받을 가치가 있겠네요.
하지만 그거보다 더 해야 조무사보다 더 높은 연봉이 될 가능성을 보장받겠죠?
일하면서 능력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세요.
조무사도 일하는 병원이나 자신의 위치 등에 따라 공부를 해야합니다. 그 외에 실무에 필요한 능력도 이것 저것 있구요.
(최소한 워드라던가 엑셀 정도는 다뤄야하고 성형외과 있다가 비뇨기과나 이비인후과 가면 요구되는 지식도 다르겠죠. 실장이라도 되면?
관리능력도 요구됩니다. 외부 접대는 물론이고요.)
게다가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윤을 추구하고 그 이익을 가지고 성장해서 더 큰 이익을 만드는 것이 모토입니다.
능력 개발은 자기가 자신을 위해서 해야하지 회사가 직원을 위해서 해줄 것이 아닙니다.
즉 '앞으로 연봉이 더 올라갈 것이 증명된 직장'이라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와 능력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능력 개발은 앞으로 자기가 연봉 올리기 위해서 당연 해야하는 거고, '연봉이 올라갈 가능성'은 그 직종에 들어가기 전에
그것을 가질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원화가라는 직종에서 일하려면 최소한 간호 조무사와 같은 정도의 가치를 자신이 가져야하고(이걸 시간이라는 가치로 환산하면 1년은 공부해야함)
거기에 더해서 그 이상으로 어떤 가치를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어떤 가치가 뭐겠습니까?
실력입니다. 그림 실력.
그럼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학원에서 6개월에서 1년만에 원화가를 만들어줍니다. 헐? 쩌네?
제가 알기로 대개의 커리큘럼은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됩니다. 1년은 거의 드물죠.
원비는? 아마 2~4백만원 전후일 겁니다.
한 달에 40~50정도 되죠. 뭐 제가 알기로 간호 조무사나 미용 학원도 비슷합니다.
그럼 6개월에서 1년 공부해서 같은 정도의 공부를 필요로 하는 미용사나 간호조무사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은 바봅니까? 그렇게 해주게?
그렇기 때문에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그림 그렸다고 원화가가 된다는 생각이 말도 안된다는 겁니다.
4년제 대학을 왜 가냐구요?
어차피 그림 실력은 4년제 대학 나온 졸업자나 학원 나온 사람이나 같은데?
회사에서 그림 실력이 체계적으로 늘 수 있도록 일을 맡기고 가르칠 것 같습니까?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한계치만큼 일을 줄 겁니다. 호오, 그럼 1년도 안되는 기간내에 빠르게 만든 그림이니
당연히 기반이 부족하고 그 위에 겉보기만 멋진 성이 있겠죠. 그럼 그 위에 계속 한계치까지 일을 부어대니
모래성이 얼마나 가겠습니까? 결국 보수에 보수에 보수에 보수를 하다가 엉망진창의 그림에 그냥 일만 처리하는 기계가 됩니다.
그럼 당연히 실력은 거기서 한계가 드러날 겁니다.
제가 언젠가 4년제 대학에 대해서 쓴 글이 있었습니다.
대학은 '자신이 공부한느 곳'이지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고.
대학 졸업자를 그래도 회사에서 더 좋게 보는 이유는 맡겨진 일 뿐 아니라 자기가 노력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또 디자인이건 뭐건 배경지식이 있다는 것이나 교양지식이 있다는 것은 '게임을 만드는 일'에 보다 활용도가 높은 인재라는 말도 되구요.
뭐 예고 출신이라던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그림 공부해서 정말 내공을 쌓은 후에 그걸 학원에서 다 잡는, 그런 식으로 공부한 사람은
굳이 대학 안 가도 될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알 텐데요?
제가 대학을 빨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 지극히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대다수가 10대 후반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너무 세상을 업신여기고 쉽게 생각합니다.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할까요.
간호사가, 의사가, 변호사가, 검사가, 경찰이, 군인이, 건축 실무자가, 요리사가 그렇다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왜 직업을 1년도 안되는 시간을 투자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다른 직업은 온갖 스팩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왜 그림 하나만 해도 되는 것을 쉽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오로지 그림 하나만으로 승부해야하는데 왜 그걸 1년만에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저는 취업 실패도 여러번 겪었고, 중간에 그림을 접고 3D도 공부해봤고, 학원에 사기당해서 부모님 적금 날려도 봤고,
군대도 다녀와봤고, 창업도 준비해봤고, 잠깐이지만 작은 회사에서 일도 해봤고, 기업 지원 받았다가 허깨비처럼 시간도 날려봤습니다.
이런 경험하에 봤을 때 여러분의 그런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판단됐습니다.
디자인과가 필요없네 어쩌네 하지만 일단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취업대란에 1년 공부해서 취업되면 왜 사람들이 그림 안 그리고 공부하고 일할까요.
왜 멍청하게 4년제 나와도 2천만원 간신히 받는 세상에서 1년에 1000만원씩 내면서 대학을 다닐까요.
학원이 나쁘다는 이야기나 대학가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발 1년 정도 투자하면 쉽게 그림 실력이 늘거나 만들어지고 취직이 되는 것 처럼 생각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전문직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그 직종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직종이 사라지건,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게 되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에 최소 1년 이상을 투자해야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으셨으면 조급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저 외에 뒤를 따라오는(어쩌면 이미 제 앞이나 옆일 수도 있지만) 후배나 동료들이 같은 고생이나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자란 실력에 오지랖 넓게 떠든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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